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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요즘 디즈니의 행보는 누구에게나 아쉬움을 남긴다.논란을 떠나, 작품 자체의 완성도나 흥미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이 강하다.그래서일까, 이번 「엘리오」는 상대적으로 그런 실망감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구에선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해 외계인에게 납치되길 바란 소년 엘리오.보이저 호의 골든 디스크를 보고 엘리오를 데려온 ‘커뮤니버스’의 대사들.우주를 지배하려는 야망을 품은 하이러그의 지도자 그라이곤 군주와,그와는 정반대로 부드럽고 재치 있는 그의 아들 글로든.예고편을 봤을 땐 외계인들의 비주얼이 다소 징그러울 것 같았다.특히 글로든은 괴기스럽게 느껴졌지만, 막상 영화를 보다 보니 묘하게 정이 간다.마치 「미키 ..
2025.06.23 -
파과
눈은 화려해서 미칠 것 같은데,뒤로 갈수록 이해할 수 없어서 미칠 것 같다. 파과지킬 게 생긴 킬러 VS 잃을 게 없는 킬러. 40여 년간 감정 없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해온 60대 킬러 ‘조각’(이혜영). ‘대모님’이라 불리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지만 오랜 시간 몸담은 회사 ‘신성방역’에서도 점차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한편, 평생 ‘조각’을 쫓은 젊고 혈기 왕성한 킬러 ‘투우’(김성철)는 ‘신성방역’의 새로운 일원이 되고 ‘조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스승 ‘류’(김무열)와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약속했던 ‘조각’은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은 그날 밤, 자신을 치료해 준 수의사 ‘강선생’(연우진)과 그의 딸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투우’는 그런 낯선 ‘조각’의 모습에 분노가 ..
2025.06.16 -
파라노이드 키드 & 안경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파라노이드 키드」와 「안경」은 보통의 서사가 있는 애니메이션 보다는, 미디어 아트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두 작품을 합쳐도 30분 남짓한 상영 시간 덕분에, 마치 미술관의 영상 설치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파라노이드 키드」는 어른이라면,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이라면 깊이 공감할 법한 이야기다. 혼자 방 안에서 끝없이 맴도는 생각들,멈추지 않는 자책과 불안,악순환처럼 반복되는 감정의 고리.결국 그 공회전을 끝내려면, 내 안의 작은 아이를 꼭 안아줄 수 밖에 없다.「안경」은 안경을 써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검안장비가 놓인 언덕 위의 집을 배경으로 한다. 그 설정만으로도 비일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느낌이 마치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각 장면은 마치 ..
2025.06.12 -
페니키안 스킴
현란함을 즐겨라서사보다는 미장센과 영상미, 박진감, 그리고 가벼운 유머에 집중하면 좋을 듯하다. 시각적 정보가 아름답기도, 넘쳐나기도 하는데, 그 산만함을 즐길 수 있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숨겨진 뜻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페니키안 스킴웨스 앤더슨 대표이미지 출처: TMDB
2025.06.08 -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
자연과 평화를 사랑한 이상주의자가 남긴 치열한 고민의 흔적지브리의 팬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팬이라면 추천하는 다큐멘터리미야자키 하야오, 스튜디오 지브리의 다른 작품에 대한 리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건인가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마히토builter-cinema.tistory.com 이웃집 토토로어른들은 볼 수 없는 순수한 세계뒤늦게 만난 ‘토토로’, 오히려 더 깊이 다가왔다이 영화는 말 그대로 말할 필요도 없이 유명한 작품이지만, 사실 얼마 전에서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감상builter-cinema.tistory.com 바람이 분다꿈이라는 아..
2025.06.07 -
씨너스: 죄인들
이 영화를 처음 알아갈 때는 당최 무슨 영화인지 알 수 없었다.예고편을 봤을 때는 뱀파이어 공포 영화 같았고,시대적 배경을 보면 1930년대 인종차별을 다루는 시대극처럼 보였다.또 대표적인 흑인 음악인 블루스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음악 영화라고도 생각했다.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얽혀 있으면서도 특정한 단어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장르 융합적인 작품인 것을 알 수 있었다.영화의 첫 장면부터 이것이 공포 영화라는 것을 각인시킨다.모든 일이 벌어진 다음 날에서 영화는 시작된다.주인공 스모크스택 형제의 사촌 동생 "새미"가 교회에서 아버지 목사에게 음악을 버리고 신앙으로 돌아오라고 설득하는데,순간의 장면 전환으로 뱀파이어의 습격에 대해서 보여준다.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암시를 하면..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