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2024. 4. 24. 12:21movies

 
거미집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감독(송강호)은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 그는 딱 이틀 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한 김감독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다.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과연 ‘거미집’은 세기의 걸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평점
6.5 (2023.09.27 개봉)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크리스탈, 박정수, 장영남, 김민재, 김동영, 김재건, 장광, 정인기, 장남열, 정기섭, 김중희, 김문학, 정우성, 엄태구, 염혜란, 강채영, 차서현, 이양희, 김지오

 

호불호가 극명한 영화라고 하기에, 예고편을 보면서 기대하면서도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찾아서 보게 된 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한 유튜버의 추천 때문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나의 이전 블로그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예술 영화도 즐겨본다. 거대한 자본 밖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너무 뻔하지 않은 낯섦이 좋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런 영화를 보는 내가 멋지다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에서인가 가끔 옛날 영화도 찾아보곤 한다. 국내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고전영화 유튜브 채널이라는 좋은 곳이 있다. 또 해외 고전 명작도 유튜브나 OTT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가, 아니면 유명한 해외 감독의 과거 작품을 찾아보면 그때 당시의 분위기와 감정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영화 "거미집"도 좋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70년대 영화 촬영장과 흑백 영화라는 극중극이 서로 교차하면서 흘러가는 모습과 시대 분위기를 재치 있게 풀어내서 좋았다. 사방에서 장애물을 들이밀지만, 이걸 어떻게서든 넘어서서 결국 완성하기까지의 모습과 재촬영된 영화가 어떻게 되었는지, 영화 속 '김열 감독'의 콤플렉스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현재까지 이어지는지 끝까지 흥미롭게 보게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명 추석에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보기에는 힘든 영화라는 것이다.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기에 그 당시를 살았던 분에게는 어느 정도 공감을 불러올지라도, 거기에 영화 제작 과정과 극중극이라는 생소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를 만족하는 관객의 교집합은 어쩌면 적은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영화 그 자체를 좋아한다면, "거미집"에 만족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렵지 않은 전개와, 70년대 한국 영화의 감성, 주연 조연할 것 없이 배우들의 열연으로 재미있게 보았다. 어쩌면 침체하는 한국 영화 시장에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려면 하나의 영화가 모두를 만족시키기보다 이렇게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로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켜 다양성을 넓히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좀 더 가벼운 내용의 애니메이션이 생각나기도 했다.)

 

대표 이미지 출처: T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