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75

2024. 4. 25. 10:45movies

 
플랜 75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플랜 75’의 세상,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평점
9.6 (2024.02.07 개봉)
감독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카와이 유미, 스테파니 아리안, 타카오 타카, 오오카타 히사코, 쿠시다 카즈요시

 

영화 정보

개요

  • 감독: 하야카와 치에
  • 장르: 드라마, SF
  • 상영 시간: 113분 (쿠기 영상 없음)
  • 등급: 15세 관람가
  • 한국 개봉: 2023년 2월 7일
  • 특전: 탑승권

예고편

줄거리

초고령사회 일본. 부양 비용은 급증하고 노인들에 대한 혐오 범죄까지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정부는 특별 조치 '플랜 75'를 시행한다. 이 정책은 75세 이상 노인의 안락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직장에서 친구의 졸도로 명예퇴직 후, 다시 취업하지도 못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 신세의 78세 노인 미치(바이쇼 치에코 분)는 플랜 75 신청을 고민한다.

공무원 히로무(이소무라 하야토 분)는 20년 만에 만난 외삼촌으로부터 플랜 75 신청서를 접수받는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의 콜센터 직원 요코(카와이 유미 분)은 신청자와 깊은 유대를 하면서도, 젊은 자신이 노인의 안락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종용하는 모습을 마주한다.

필리핀 이주 노동자 마리아(스테파니 아리안 분)는 아픈 딸을 위해 일본의 요양원에서 열심히 일한다. 지인의 제안으로 좀 더 봉급이 좋은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정리하게 된다.

영화 감상

이 시대의 SF에 뭐가 더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우주선, 전기차, 통신, 인공지능 등 먼 옛날에 예측했던 일들이 어떤 형태로든 현실에 존재하고 있기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마주하게 될 '현실'이 남아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인식했다. '1984'나 '동물 농장' 같은 디스토피아뿐만 아니라 이 영화 같은 현실도 있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에게 더 가까운 현실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장 빠르게 노령화되는 나라 중 하나로 알고 있다. 게다가 출산율은 전쟁보다 더한, 가히 나라가 망했다고 할 정도로 처참하다. 인구는 이제 정점을 찍고 줄어들고 있으니, 이제 피라미드의 불균형은 어떻게 감당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이를 해결해야 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정치는 아주 놀랍게도 무관심한 것 같다. 이제 갈등은 성별을 지나 세대로 번져가는 데 분노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두려움만이 앞선다.

영화를 보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플랜 75라는 정책은 개인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지원한다는 그럴듯한 정책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인 압력이 느껴진다. 늙고 쓸모 없으면 피해주지 말고 스스로 사라져 버리라는 폭력. 그저 준비금 10만 엔(약 100만 원)이 죽음의 가치에 불과한 것일까. 영화 속 각종 공공기관에서 정책을 홍보하는데 그걸 보는 나도 거북하다.

영화 속 정책을 시행하는 업체가 머리를 띵 하게 한다. 폐기물 처리 업체가 취급하는 품목 - 각종 생활 폐기물, 동물 사체, 그리고 인간의 시체.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치는 알고 있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사람이 아닌 처분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그것도 결국은 한낱 쓰레기와 다름없다는 사실에 씁쓸하다.

선택할 수 있다는 죽음마저도 각자 사정에 따라 '급'이 나뉜다. 사정이 나은 사람은 사설 공간에서 호화로운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화장되고 매장된다. 어쩌면 준비금 때문이라도 신청할 수 밖에 없는 노인들과 그렇지 않고 여유로운 노인의 차이는 극명해질 것이다. 인간사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죽음마저도 어쩌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언젠가 보여준 공상과학처럼 늙고 병들지 않는 '넥타르'를 발견한다면 모를까, 결국 인간은 죽는다. 그때의 나는 어떤 상황일지 모른다. 그래서 플랜 75는 굉장히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결국은 완전한 자유 의지로써 선택하게 된 것을 아닐 것이다. 영화가 현실로 점점 다가오는 것처럼 섬뜩하지만, 오지 않았으면 좋을 미래다.

 

대표 이미지 출처: T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