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2024. 4. 25. 14:04movies

 
8월의 크리스마스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만나게 되고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저씨, 왜 나만 보면 웃어요?"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 주차단속요원 '다림'. 단속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드나들던 사진관의 주인 '정원'에게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2013년 가을,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나갔던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옵니다
평점
9.3 (1998.01.24 개봉)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 심은하, 신구, 오지혜, 이한위, 전미선, 권혜원, 손세광, 최선중, 김애라, 민경진, 이용녀, 최명숙, 김기천, 신삼봉, 전대병, 김도윤, 전태치, 류광철, 장혜윤, 장진경, 이민수, 김재록, 이찬우, 강승용, 이석우, 박용진, 허장근, 윤동원, 주선웅, 윤형문

 

중학교 교과서 몇 장면으로만 기억하던 영화를 언젠가 극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재개봉하여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교과서가 시험만 아니라면 좋은 작품이 많았다. 깊게 들이마시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 시절이 얼마나 낭비란 말인가. 그때만 느낄 수 있는 몽글몽글한 감정을 그저 흘려보내야만 했던 나 자신과 친구들, 그리고 어른과 아이들에게 유감일 뿐이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담백하게 풀어낸다. 단순하지만 점점 따뜻해진다.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사랑은 얼마나 애틋한가. 잔잔히 쌓아 오르는 감정은 자신의 사진을 직접 찍고 웃는 모습에서 장례식으로 장면이 교체되면서 절정에 다다른다. 뜨겁고 끈적이는 여름날의 첫 만남이 단지 추억으로만 남지 않고 사랑으로 온전히 간직한 채 이 세상을 떠난다는 ‘정원’의 독백이 가슴 깊이 남는다.

번외로 ‘다림’역을 맡았던 배우 심은하가 참 예뻤다. 그 시절 만인의 첫사랑이자 이상형이라고 불린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시대가 주는 감정도 인상적이다. 이상하게 그때만이 주는 이상한 향수가 있다. 영화가 개봉하는 20세기 말. 살아본 적이 없는 시대에 느껴지는 그리움. 그 시절의 정취가 아직은 남아있던 2000년대 초반을 어린 시절로 남아있어서였을까. 일상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던 그때. 그 색감을 다시 찾아보기 힘들게 세상은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낭만과도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대표 이미지 출처: T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