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2024. 5. 30. 15:02ㆍmovies
늦더위
동주는 8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스스로 마지막이라 여겼던 해에도 결국 시험에 떨어지자 동주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 주변의 걱정과 관심마저도 본인을 향한 압박처럼 느껴진 동주는 도망치듯 서울을 떠난다. 계획 없이 오른 여행길, 동주는 결혼을 앞둔 전 여자친구, 오랜만에 재회한 군대 동기와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남들은 가을을 맞이해 결실을 맺는 동안 혼자만의 여름에 머물러 있는 동주는 여행에서 어떤 마음을 남겼을까?
-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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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서한솔
- 출연
- 기진우, 정미형, 이태진, 강윤정, 안민영
영화를 보면서, 시놉시스도 그랬지만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나이는 먹고 있는데, 남들은 다 자리 잡고 있는데, 나만 여기서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
갓 성인이 된 그 시절, 따로 시를 쓸 필요 없이 그 자체가 시라는 것. 그때와 지금의 내가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때가 너무 그립다는 것.
점점 더 내가 설 자리가 없어져서 그러는 걸까?
가능성이 점차 흩어져서?
솔직히 주인공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바로 취직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것은 기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공부를 놓지 못하는 그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내가 원하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유망하다고 그렇게 치켜세우더니 이젠 얼마 지나면 신입정도는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고 하니, 저주에 빠졌다고 말해야겠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과거 나의 조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전여친, 군대 후임, 농구하는 동네 아이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동생, 외삼촌, 동창들, 은퇴한 초등학교 선생님까지. 불편했던 마음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은 풀린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한껏 잠에 들었다가, 화분을 사고 물을 준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일까.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려면 나도 여행을 떠나야 하나.
대표이미지 출처: TMDB